"민감한 사안 다루지 않았다"지만… 美 "중국 내 생산 수준 제한" 압박ⓒ News1 DB(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우리나라와 일본·대만이 참여하는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이른바 '칩4'가 이달 본회의를 열고 사실상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한 미국의 공세 또한 전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복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27일 우리 외교부 등에 따르면 '칩4' 본회의는 지난 16일 미국 재대만협회(
AIT) 주관으로 화상으로 열렸다. 작년 9월 예비회의를 이후 5개월 만에 열린 것이다.
이번 본회의에서 '칩4' 참가국들은 반도체 공급망 현황 및 안정화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다뤄지지 않았다는 게 외교부 당국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미 정부는 '칩4'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 안정과 더불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어서 앞으로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그에 동참하도록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담당 차관은 지난 23일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작년 10월 미 상무부가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을 때 1년 유예 조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에스테베스 차관의 이번 발언은 추가 유예 가능성이 적다는 걸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 업계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반면 미국은 반도체 관련 분야의 여러 원천 기술을 갖고 있어 우리 입장에선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칩4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할 경우 지난 2016~17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사드) 배치 결정 때처럼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미국·중국 간 기술 경쟁에서 절묘한 균형 감각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우리나라가 중국 편을 들었을 때 중국 측이 우리에게 줄 반대급부가 마땅치 않고, 만일 미국 편을 들어 중국에 대한 수출을 통제한다면 우리 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공감대를 모두 이끌어낼 수 있는 적절한 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