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도이체방크, 장중 15% 급락
숄츠 총리 나서 “우려할 것 없다”
미국선 찰스슈와브 주가 급락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도이체방크의 본사 사옥. AP 연합뉴스지난 주말 도이체방크(도이치은행) 등 유럽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하며, 미국발 은행 위기가 스위스를 거쳐 독일까지 전염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재무 상태는 건전해 위기 확산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크레디스위스은행 매각 당시 ‘전액 상각’된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를 매개로 한 불안감이 커져 당분간 시장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독일 증시에서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장중 한때 15%까지 폭락하다 장 막판에 반등해 8.5% 하락했다. 독일 내 경쟁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는 6.5%, 영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바클리스는 5.8%, 프랑스의 최대 은행 비엔피(
BNP)파리바도 5.8% 떨어졌다.
미국에선 10번째로 큰 은행인 찰스슈와브가 실리콘밸리은행(
SVB) 예금인출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본을 긴급 보충하겠다고 발표한 8일 이후 주가가 30%나 급락했다. 월트 베틴저 찰스슈와브 최고경영자(
CE) 겸 공동회장은 24일치 <월스트리트 저널> 회견에서 “은행 예금이 100% 인출되어도 이를 감당할 충분한 유동성이 있다”며 “단 하나의 주식도 팔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도이체방크는 사업 모델을 완전히 현대화하고 재조직했고, 매우 수익성 높은 은행”이라며 “우려할 만한 어떤 것도 없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한때 러시아 내 돈세탁 연루, 미국 내 불투명한 자산 운용 등의 문제를 겪었지만, 2018년 크리스티안 제빙 최고경영자가 취임한 뒤 위험 자산을 과감히 정리하며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고객들의 신뢰가 추락하며 이어진 예금인출을 견디지 못하고 이달 유비에스(
UBS)에 인수된 크레디스위스은행과 달리 예탁금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도이체방크가 최근 은행 위기의 여파에 휩쓸리고 있는 것에 대해 “시장이 궁지에 몰리자 목표물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기의 고리’로 꼽히는 것은 크레디스위스 인수 과정에서 160억스위스프랑(약 22조원)이 전액 상각 처리된 ‘코코본드’다. 유럽 은행들은 자본 비율이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자 동의 없이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게 설계된 이 채권으로 자기 자본을 강화해 왔는데, 그 여파로 불안이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방크의 코코본드는 3월 초 1달러당 95센트였는데, 24일에 70센트까지 하락했다. 이 은행은 이날 일부 코코본드를 조기 상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주가 급락을 막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