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중 첫 금리인상 중단
가계소비·기업투자 위축 영향
캐나다 달러 가치, 5개월새 최저캐나다 중앙은행이 예고한 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달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 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류와는 상충된다. 물가 상승률 하락, 경제 성장 둔화가 금리인상 중단의 배경인데 캐나다가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은 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5%로 동결,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금리인상을 중단했다. 앞서 캐나다은행은 지난 1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긴축 종료를 시사했는데, 이날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8차례의 금리인상이 일단락됐다.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가계소비, 기업투자가 위축됐다고 캐나다은행은 금리인상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캐나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8.1%에서 올해 1월 5.9%로 둔화됐다. 주택, 내구재 등 금리에 민감한 부문에 대한 노출이 커 금리인상의 여파가 빠르게 반영됐다. 캐나다은행은 올해 3분끼까지 성장률이 0%에 가까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나다은행은 "최근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중반 3%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리 예상과 궤를 같이 한다"며 "향후 몇분기 동안 경제성장 둔화로 제품·노동시장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활동이 예상을 상회하면 다시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캐나다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현재 4.5%에서 4%로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같은 통화정책은 최근 ‘매파(통화긴축 선호)’색 짙은 발언으로 긴축 공포를 불러일으킨 Fed의 기류와는 정반대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7~8일 이틀 연속 미 상·하원 청문회에서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이달 금리인상폭을 다시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향후 Fed가 긴축 강화로 경로를 수정할 경우 캐나다의 통화정책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캐나다은행의 금리 동결 이후 환율이 급등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캐나다 달러는 1.38달러대에서 거래돼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캐나다에서 자본이 유출되고, 미 달러로 결제되는 수입품목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 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앤드류 켈빈 TD증권 수석 캐나다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려면 캐나다 경제가 향후 몇달간 실질적으로 둔화돼야 한다는 큰 그림엔 변화가 없다"며 "매달 회복력 있는 경제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캐나다은행의 금리인상 압력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