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증산 요구에도 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화석연료 수요 감소 우려에 시설투자 자제
美석유생산량 하루 1250만배럴..5% 증가 전망[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지난해 미국 26개 석유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이 1280억달러(약 166조원)의 배당금을 챙겼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석연료 시대 종말’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석유기업이 시설투자에 나서기보다는 배당금을 두둑하게 지급하길 바라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합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계산에 따르면 미국 석유기업들이 지난해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쓴 돈은 설비투자 보다 더 많았다. 지난해 배당금 총액 1280억달러는 2012년 이래 최고액이다.
석유기업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횡재세 정유사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유가 인하를 위한 증산 압박에 나서기도 했지만 석유업계들은 시설투자보다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석유기업들의 입장에서 미국 정부의 직접적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이번처럼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 적이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기업들이 배당 등 확대에 집중한 것은 화석연료 수요가 2030년께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이라는 투자자의 우려에 부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석연료 수요가 줄 경우 막대한 투자가 오히려 석유기업들의 이익을 저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수십년이 걸리는 유전, 가스건 개발에 나서기보다는 단기 수익률 제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막대한 투자는 이른바 자산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좌초자산’이 될 우려가 크다는 게 석유기업들의 입장이다.
억만장자 자선가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존 아놀드는 “투자업계에서는 석유업계의 자산과 에너지 가격이 어떻게 될지 회의적”이라면서 “석유업체들이 배당을 통해 현금을 얻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생산량은 올해 하루 1250만배럴로 전년대비 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생산량 증가율도 1.3%에 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