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주 '검은 목요일' 부른 긴축 …"채권 많은 은행들 못버텨"




美 금융주 '검은 목요일' 부른 긴축 …"채권 많은 은행들 못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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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은행 유동성 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밀려드는 예금으로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방아쇠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공포가 급격히 번지면서 미국 4대 은행 시가총액이 7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일각에선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금융 시스템 위기를 알리는 '탄광의 카나리아(전조)'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4대 은행인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 시가총액에서 총 524억달러(약 69조4500억원)가 증발했다. 나스닥 KBW은행지수도 이날 7.1%나 폭락해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6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은행주가 급락한 배경에는 'SVB 쇼크'가 있다. 전날 스타트업 전문은행인 SVB는 최근 예금 감소에 대응해 210억달러에 달하는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매각해 총 18억달러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SVB는 코로나19발 초저금리로 유동성이 넘치던 2021년 약 2배 이상 불어난 예금을 미 국채를 포함해 미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에 투자했다. 이번에 SVB가 매각한 210억달러 규모 AFS도 3년 미만 단기 미 국채였다. 그러나 지난해 시작된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SVB가 보유한 채권가치가 폭락한 데 이어 자금난에 빠진 벤처캐피털(VC)과 스타트업이 SVB에서 예금을 인출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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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다른 은행도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미국 내 예금액은 2019~2021년 38%나 증가한 데 반해 대출은 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갈 곳이 없어진 돈은 주식과 채권에 몰렸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시중은행 평가손실이 급증했다. FDI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 은행들의 AFS와 만기보유증권에서 발생한 평가손실 규모는 약 6200억달러로 전년 동기 손실 규모(80억달러)보다 77배가량 늘어났다. 만일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면 SVB처럼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 자산 매각에 나설 시중은행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가상화폐 거래 은행인 실버게이트의 파산 소식도 이날 은행주 폭락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실버게이트 파산과 SVB 유동성 위기가 금융 시스템 위기의 전조에 해당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로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에서 예금을 확보한 SVB와 달리 대형 은행들은 다양한 곳에서 예금을 유치할 수 있어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 시스템 위기 공포에 시장이 발작하는 경향이 생겼지만 SVB 충격은 주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금리 인상이 실물경기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염려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침체가 실재함에도 시장은 그 자체를 부정하고 노랜딩 시나리오 등을 자산 가격에 녹여왔다"며 "지금 그 부작용을 다시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다. 연준이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서면 SVB처럼 자금력이 약한 일부 은행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고용·물가 지표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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