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보다 더 큰 쇼크 오나 … 파산위기 CS, 최대주주도 지원 거부




SVB보다 더 큰 쇼크 오나 … 파산위기 CS, 최대주주도 지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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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파산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던 크레디트스위스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SNB)이 15일(현지시간) '수호자'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2대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잇단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며 신뢰를 잃었다. 2021년 파산한 영국 그린실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글로벌 금융전문 연구기관인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이로 인한 손실 규모는 각각 약 10조원에 달한다.

주가는 속절없이 추락했고 지난해 10월부터 고객 예탁자산이 급격하게 이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1100억스위스프랑 이상의 고객 자금이 유출됐다. 특히 지난 14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2021년과 2022년 회계연도의 내부 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면서 불안감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 유동성 공급을 거부하면서 크레디트스위스를 비롯한 은행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CNBC에 따르면 이날 소시에테제네랄은 12%, BNP파리바는 11%, 도이치뱅크는 8% 주가가 급락하며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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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 징후는 주요 인력 이직에서도 감지됐다. 14일 머니컨트롤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공동책임자인 닐칸스 미슈라가 회사를 떠나 인도 뭄바이에 본사가 있는 현지 은행 액시스은행으로 자리를 옮긴다. 미슈라는 약 20년간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근무해온 인물로, 인도 총리 경제자문위원회에도 포함돼 있다.

시장 신뢰를 잃으면서 고객들은 이 은행에서 자금을 빼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고객 신뢰를 되찾기 위한 대규모 캠페인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달까지 인출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 관계자는 이날 "순자산 유출이 감소했지만 아직 역전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악셀 레만 회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 회계연도에 150만스위스프랑 규모 주식 보상을 포기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예고했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겸 투자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SVB 부도에 따라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은행으로 크레디트스위스를 지목한 바 있다. 리치대드컴퍼니 공동창업자 기요사키는 폭스비즈니스 방송에 출연해 미국 채권시장이 우려된다며 "다음으로 부도가 날 은행은 크레디트스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고객 기반이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무려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영업수익도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4분기 13억2000만스위스프랑의 손실을 기록하며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특히 기업금융(IB) 사업 부문에서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73% 급감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자랑하는 자산관리(WM) 사업 부문도 고객 자금 이탈의 영향으로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국내 증권가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예금·고객 자산 이탈로 크레디트스위스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2022년 3분기 192%에서 144%로 하락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25년까지 실시되는 구조조정 기간에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며 재무적으로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면서 "2016년 독일의 도이치뱅크 사태처럼 시장 불안 요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SVB 사태 이후 크레디트스위스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이 급등하는 등 부도 위험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위기를 겪고 있는 건 리스크 관리 실패, 미흡한 내부 통제, 취약한 사업구조 등에 따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크레디트스위스가 구조조정조차 제대로 시행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구조조정 비용과 수익 감소 영향으로 크레디트스위스의 순이익 흑자 전환은 2025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장기적으로는 영업 환경 악화로 구조조정 미이행 위험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월가는 크레디트스위스에 대한 투자자 시각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수익성·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간 성과가 필요해 상당 기간 잠재적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아울러 구조조정 과정에서 SVB 사태로 인해 광범위하게 퍼진 공포감을 더욱 키울 수 있다.

1856년 설립된 크레디트스위스는 스위스 금융업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이자 유럽 최대 규모 은행 중 하나로 성장했고 전 세계 약 50개국에 지사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임직원은 5만명이 넘으며 16조스위스프랑(약 2경2405조76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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