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5일(현지시간) 최대 주주가 지원을 거부한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
CS) 은행의 주가 급락 사태로 금융리스크 우려가 재고조 되면서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뉴욕증권거래소(
NYSE)에서 이날 오전 9시58분 현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567.02포인트(1.76%) 떨어진 3만1588선에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64.91포인트(1.66%) 내린 3854선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0.24포인트(1.23%) 하락한 1만1287선을 기록 중이다.
현재
S&P500에서 유틸리티 관련 주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업종이 모두 하락세다. 에너지, 금융주의 낙폭이 특히 두드러진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CBOE) 변동성지수(
VIX)는 전장 대비 15%가까이 치솟아 27선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이날 투자자들은 실리콘밸리은행(
SVB) 파산 사태에 이어
CS발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
CS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이 더 이상 추가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유동성 위기를 우려한 투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유럽대형은행까지 금융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간 파산 가능성으로 불안한 행보를 보여온
CS는 앞서 "2021년, 2022년 재무보고에 대한 내부 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이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증시에서는
CS의 주가는 장중 39% 떨어졌고 이는 다른 은행주들의 급락세로 이어졌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CS의 주가 역시 전장 대비 23%이상 떨어져 사상 최저치로 밀렸다. 미국 대형은행의 주가도 일제히 내림세다. 시티는 5.59%, 웰스파고는 4.61%, 모건스탠리는 4.73%, 골드만삭스는 4.88% 하락하고 있다.
SVB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가 전날 반등했던 지역은행들 역시 내려 앉았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15%, 팩웨스트 방코프는 22% 가량 떨어진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미 중소형 은행으로 구성된
SPDR S&P 지역 은행
ETF도 4%이상 내렸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리스크가 재차 부각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하는 모습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3.48%,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3.93%선으로 하락했다. 국채 금리 하락은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 상승을 가리킨다. 달러는 랠리를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1%이상 뛰어 104.8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블리클리 파이낸셜그룹의 피터 부크바르는
CNBC 스쿼크박스에 출연해 "금융부문의 압력이 광범위하게 커지고 있다"며 이는 은행 파산이 은행 산업에 전반에 대한 심리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이제 은행권의 건전성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
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단정하기에 이르지만
SVB 사태로 촉발된 금융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번 사태가 향후 더 엄격한 자본 기준 등 금융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SVB에 이은
CS발 금융리스크 우려는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를 앞둔 미 연방준비제도(
Fed)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현재
Fed는
SVB 파산 이후 금융시스템 위기 우려가 급속히 번지면서 ‘인플레이션 안정’과 ‘금융시스템 보호’라는 두 가지 과제를 받아든 상태다.
이날 공개된 생산자물가지수(
PPI)·소매판매 등 미 경제지표들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완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PPI는 전월 대비 0.1%하락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3%상승)와 달리 예상외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2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4.6%를 기록해 1월 상승폭(5.7%)을 훨씬 밑돌았다. 도매 물가 상승분이 향후 소비자 물가로 전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수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됐다는 시그널로 분석될 수 있다. 전날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
CPI)는 전년 대비 6.0% 올라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었다.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시그널도 확인됐다. 같은 날 미 상무부는 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에 부합하는 수치다. 앞서 1월(3.2%)과 비교해서도 큰 차이가 확인된다. 휘발유, 자동차 등을 제외한 근원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했으나 이 또한 1월(2.3%) 수치를 훨씬 밑돈다. 소매 판매는 미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이자 종합적인 경제 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꼽힌다.
이처럼 물가, 소비지표가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이를 하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긴축 완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리동결 전망도 전날보다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
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연방기금(
FF)금리 선물시장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에서 연방준비제도(
Fed)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66%이상 반영하고 있다. 전날 30%대에서 훨씬 높아진 수치다.
Fed가 통상적인 금리 인상폭인 0.25%포인트를 택할 가능성은 33.2%를 나타냈다. 반면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우세했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0%에 그쳤다. 빅스텝 카드는 지난 10일
SVB 파산 사태로 금융 시스템 위기가 부각된 이후 테이블 위에서 사라진 상태다.
국제유가는 금융리스크 확산, 강달러 등의 여파로 4%이상 낙폭을 기록 중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
WTI) 가격은 전날보다 4.4% 떨어진 배럴당 68달러대에 움직이고 있다. 최근 3개월래 최저 수준이다.
유럽증시는
CS발 금융리스크 우려로 은행주가 급락하며 일제히 하락세다. 독일
DAX지수는 전장 대비 2.57% 떨어진 수준에 움직이고 있다. 영국
FTSE와 프랑스
CAC지수의 낙폭은 각각 2.87%, 3.17%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