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파산 이후 대출 대거 늘려
글로벌 금융위기 규모 넘어서
블룸버그 “은행시스템 취약 시사”[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실리콘밸리(
SVB)은행 파산 여파로 미국은행들이 최근 연방준비제도(
Fed·연준)이 운영하는 할인창구 대출을 대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여파로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자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 금융규제 당국의 예금자 보호 조치로 예금 접근이 가능해진 13일 오전(현지시간) 고객들이 예금 인출을 위해 SVB 본사 정문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9~15일)간 미국 은행이 연준의 할인창구 대출을 받은 돈이 1528억5000만달러(약 199조원)라고 보도했다. 이는 전주의 45억8000만달러 대비 33배 이상 급증한 금액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액(1110억달러)을 넘어섰다.
여기에
SVB 파산 이후 연준과 재무부 등이 연쇄 피해를 막기 위해 마련한 긴급대출 지급 규모는 같은 기간 119억달러(약 15조5000억 원)에 달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12일
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라는 기관을 신설하고 미국 국채, 기관 부채, 부동산 담보 증권 등 적격 자산을 담보로 최대 1년까지 대출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두 대출을 합하면 1648억달러(약 215조원)로 연준이 지난해 6월 자산 포트폴리오를 축소한 양적긴축(
QT) 이후 달성한 대차대조표 감소의 약 절반을 되돌렸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연준의 준비금 잔고는 일주일 만에 약 4000억달러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지난주
SVB파산과 시그니처 은행의 폐쇄 이후 연준의 대출이 크게 급증했다”면서 “은행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신용등급 ‘정크’(투자부적격)을 받은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위기론이 불거지자 미국 11개 은행들은 300억달러(약 40조원)를 투입해 공동으로 구제에 나서기로 발표하는 등 은행 시스템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장관은 16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
SVB) 여파와 관련해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다”며 “미국인들은 자신의 예금을 필요할 때 인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도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