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내부 객장에 걸리 스크린ⓒ 로이터=뉴스1(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뉴욕 증시에서 대형주의 강세가 시장 전반에 깔린 매도 공포를 감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뉴욕 증시의 참여자들이 지금과 같은 자산 격동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오래된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 바로 수 년 간 시장 상승을 주도한 대형주에 몸을 숨기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가 총액 기준 상위 5개 기업(애플, 마이크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의 주가는 은행파산 문제가 불거진 이달 8일 이후 상승률이 4.5~12% 수준이다. 같은 기간 뉴욕 증시 간판 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
S&P)500은 0.5% 하락한 것과 비교해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투자자들은 대형기업들이 강력한 재무력, 견고한 이익마진으로 경기침체를 더 잘 견딜 것으로 예상하고 대형주에 베팅한다. 하지만 대형주의 상승으로 시가총액이 증가한다는 것은
S&P500과 같은 지수가 점점 더 작은 종목군에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따라서 상황이 급변해 투자자들이 대형 및 성장주에서 빠르게 빠져나갈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트루이스트자문서비스의 키스 레너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에 "기술 기업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이겨내기에 더 좋은 위치에 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곳에 있으면 혼잡해지고 그러면 갑자기 급격한 반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주의 강세는 다른 업종의 약세를 감추기도 한다. 시장폭을 측정하는 지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벤치마크 지수의 평균 종목을 나타내는 동일가중
S&P500 지수는 3월 들어 5% 넘게 떨어졌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이달 초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은행이 무너진 데 이어 유럽대형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에 이어 도이체방크까지 위협을 받으며 은행주 불안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와 인플레이션 지표들도 증시 변동폭을 키울 수 있다.
대형주는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미국 시장을 주도했으며, 2020년 초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한 매도세 이후 월가의 급격한 반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서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S&P 500 지수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합산 비중은 최근 13%를 돌파했다. 지수 내 상위 2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으로는 3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라고 스트래티직스의 기술 전략가인 토드 손은 말했다.
S&P 500 상위 5개 기업의 비중은 2022년 말 18.8%에서 21.7%로 반등했다. 대형주가 랠리를 펼치면서 기술 분석가들이 광범위한 시장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는 불안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이마운트리서치의 윌리 델위시 투자전략가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52주 신저점 수가 3주 연속 신고점을 넘어서는 추세인데, 이는 2023년 초까지 거의 매주 신저점을 경신하던 것이 반전된 것이다. 또, 델위시가 추적한 산업 그룹 중 10주 이동 평균을 상회하는 비율은 2월 초 87%에서 최근 주 7%로 급감했다.
은행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투자자들이 부진한 경기민감주를 사들이면 대형주가 갑자기 꼬꾸라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S&P 500 에너지 섹터는 3월 8일 이후 7.5% 하락했고, 산업 섹터는 5% 떨어졌다. 미국 채권 금리가 반등하면 기술주와 성장주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형주 낙관론은 여전하다. 대형주 비중이 큰 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토마스 마틴은 작년의 시장 급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상승 추세에 있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대형 성장주가 주도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