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외교' 달라진 시진핑3기…習 중재자 자처에 정상들 '방중' 쇄도




[글로벌포커스]'외교' 달라진 시진핑3기…習 중재자 자처에 정상들 '방중' 쇄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명분은 '중재'
실제론 서방 제재 맞서 경협 강화
가스공급·위안화 결제 등 실리 챙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국제 사회와의 접점 넓히기에 나섰다. 국가 간 문제에 더 적극 개입할 뜻을 내비치면서 몸값을 높이려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미국과의 동맹을 자처했던 일부 유럽 국가의 정상들도 방중을 서두르며 시 주석과의 회담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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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뭘 얻었나


시 주석이 내세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의 대외 명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재’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과 위안화 결제 확대를 약속받으며 확실한 ‘실리’를 챙겼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중국에 더 많은 가스를 보내기 위해 새로운 가스관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2030년까지 중국에 최소 98bcm(1bcm=10억㎥)의 가스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의 달러패권에 도전하는 위안화에도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중국과 거래할 때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무역 결제에서도 위안화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명분이 됐던 ‘중재’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미국과 그 동맹국에 대러 제재 철회를 촉구하면서도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철군이나 휴전을 제안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시기를 명시한 중재안도 내놓지 않은 채 중국의 ‘평화와 대화’를 미국의 ‘전쟁과 제재’와 병치해 언급하며 대미 압박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주목하며 "미국 및 동맹국과의 관계를 청산하더라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심화하며 우호국의 지도자가 되려 한다는 추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당장 명백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외부의 비판을 받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우호국의 리더로 방점을 찍기 위한 큰 그림이 있었을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시 주석이 이번 방문으로 인해 서방 동맹으로부터의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회담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나온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의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G2 국가인 중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대외에 알리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동기가 존재한다.

위안화 결제 확대의 성과에 대해서도 FP는 달러에 대한 견제 효과가 커질 것으로 봤다. 이 매체는 "위안화가 세계 경제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만들만한 단계"라면서 "역사적으로 달러의 보호구역이던 석유 무역에서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 주석의 행보에 우호적인 시각을 제시해 왔던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중국의 중재안은 국제사회로부터 광범위한 인정을 받았다"며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으로 큰 대가를 치렀고 유럽 주류가 전략적 자율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그들은 위기가 부른 악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평화와 협상을 열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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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中 포럼 찾은 삼성·애플…주요국 정상 줄줄이 방중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3년 만에 개최된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글로벌 기업이 대거 참석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무원이 대외 경제 교류와 중국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주최하는 이 포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메르세데스 벤츠, 지멘스, 아람코 등 세계적 기업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미국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반도체법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설정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 규정안을 발표한 직후였지만, 포럼은 결과적으로 흥행했다.

GT는 쿡 CEO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의 참석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경제 전반의 탈동조화와 공급망 구조 조정에 대한 미국 관리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주요국 정상들의 방중 일정도 속속 잡히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달 30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리는 보아오 포럼에 참석한 뒤 21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다음 달 초 방중해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주요 화두는 우크라이나 전쟁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은 올해 하반기 유럽연합(EU) 이사회 순환 의장국이고,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하고,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난다. GT는 리 총리의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와 협력을 격상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리 총리는 최근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세계 경제에 대한 기여도도 크다. 중국과 개방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중국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폐렴 증세로 방중 일정을 연기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역시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중국을 방문할 전망이다. 이밖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이 연달아 베이징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 시 주석은 방중 정상들에게 리오프닝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 정책에 대해 강조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중재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역시 향후 글로벌 지역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의 방러 일정 중 친강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이번 회담에 대해 "국제사회는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국제 사회의 혼란과 불안의 시기에 시 주석이 다시 한번 통찰력을 가지고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결정을 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시 주석이) 세계적 수준의 강대국 지도자로서 전략적 결단, 정치적 지혜와 용기를 보여줬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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