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내놓은 ‘미래 긴축 경로’를 확인한 후 매파적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연준이 이날 기준금리를 0.25~0.50%로 기존 대비 0.25%포인트 올린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제로금리를 끝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시장은 추후 연준이 실질적으로 선보일 돈줄 조이기 속도에 더 주목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5~16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열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
공격적인 긴축 천명한 연준
연준이 올해 7회 인상을 제시한 게 대표적이다. 연준 경제전망과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 16명 중 올해 기준금리 7회 인상(1.75%~2.00%)을 예상한 위원은 5명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비중이다. 연준은 올해 말 예상 수준은 1.9%로 제시했다. 0.25%포인트 인상을 1회라고 가정할 때 올해 남은 6번의 FOMC 회의 때마다 인상에 나설 수 있는 속도다. 한 번에 0.50%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작지 않다. 월가는 내심 ‘많아야 6회 인상’을 내다봤는데, 이는 사실상 빗나갔다.
내년과 오는 2024년 기준금리 전망치를 중립금리(2.4%)보다 높은 2.8%로 내놓은 것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것이라는 해석이다. 중립금리는 각종 금리 수준의 판단 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 성장세가 과열인지 둔화인지 판단하려면 잠재성장률과 비교해야 하듯 기준금리가 완화적인지 긴축적인지 보려면 중립금리를 추정해야 한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를 상회하는 건 돈줄을 급격하게 조이겠다는 신호다.
연준의 이런 기조의 바탕에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자리하고 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를 석달 전 2.6%에서 4.3%로 큰 폭 상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올해 중으로 10%를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점을 반영했다. 내년의 경우 2.3%에서 2.7%로 올렸다. 기존 시장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FOMC는 통화정책방향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하고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제프리스는 “연준이 (긴축에) 미온적이었던 기조에서 물가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 변화를 보여준 분기점”이라고 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그동안 연준의 대응이 늦었다는 ‘실기론’이 비등했다.
연준이 5월 대차대조표 축소 개시를 명확하게 언급한 건 그나마 예상에 부합했다.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QT)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긴축의 주요 도구다.
“침체 없다” 파월 장담하지만…
관심이 모아지는 건 연준이 매파 색채에 따른 경기 침체 여부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 시작과 동시에 작심한듯 침체 가능성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침체가 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며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다”고 수차례 말하며 시장을 달랬다. 가파르게 긴축에 나선다고 해도 경제 성장세를 꺾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연준이 올해와 내년 실업률 전망치를 각각 3.5%로 그대로 유지한 건 이런 의중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과 함께 갑자기 오름 폭을 키웠던 이유다.
이트레이드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투자전략 매니징디렉터는 “통화 긴축은 연준이 경제가 탄탄한 기반 위에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결국 좋은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추후 경기 침체,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다. 연준이 긴축 시기를 놓친 만큼 성장 후유증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의 거스 파우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향후 경제 성장이 지속하는 몇 년간 인플레이션을 점진적으로 둔화시키는 결과가 가장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너무 긴축을 빠르게 한다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